2008. 8. 1. 23:00ㆍ때 지난 글
여러분은 혹 Fund와 VUL(변액유니버셜보험), 이 두 상품을 놓고 어디에 투자할까 고민하고 계시진 않으신가요? 아니면 나중에 아이가 크면 쓸 교육자금을 만들고 싶은데 어느 쪽이 나을까를 고민해 보신 적은 없으신가요? 아니면 또 누가 와서 연금을 준비하라고 하는데 왜 꼭 보험상품으로 준비해야 하나 하는 궁금증을 가져보신 적은 없으신가요? 보험설계사를 만나보셨거나 FC(혹은 FP나 PB)의 상담을 받아보신 분은 한번쯤 이런 선택의 고민을 가져보셨으리라 예상이 됩니다.
지금부터의 이야기가 얼마나 설득력을 지닐 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이 문제를 생각하면서 두 가지의 사실을 전제로 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즉 우리가 어떤 의사결정을 할 때, 모든 면에서 완벽한 대안을 선택하고 싶지만 현실세계에서는 그런 ‘모든 면에서 완벽한’ 대안이 존재하기란 쉽지 않다는 점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는 점과, 비록 차선의 대안일지라도 ‘그것을 선택하지 않는 것보다는 선택하는 것이 낫다’는 사실상의 진리(?)를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어떤 기자의 말처럼, 바다가 오염됐다고 해서 해산물을 먹지 않겠다고 하는 게 옳은 일인가 하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해보면서 말입니다.
투자에는 잘 아시는 바와 같이, 직접투자와 간접투자가 있습니다. 시중에서 흔히 채택할 수 있는 직접투자수단에는 주식과 부동산이 있고, 간접투자수단에는 펀드와 변액상품(VUL 또는 변액연금으로 대표되는)이 있습니다. 금이나 곡물 등의 실물자산이나 선물 옵션 등 파생금융상품에 (직접)투자하는 경우가 있기는 하지만 일반적이지 않은 경우로 보아 논의에서 제외하기로 하겠습니다.
그런데 직접투자와 간접투자는 각각 하나씩 ‘거북스러운’ 꼬리표를 달고 있습니다. 뭘까요? 직접투자인 경우 Risk(위험), 간접투자인 경우 Cost(비용)이 그것입니다. 직접투자를 하는데 귀찮은 Risk의 꼬리표는 떼고, 간접투자를 함에 있어 원치 않는 Cost의 꼬리표를 떼버릴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모두의 바램이겠지요. 그러나 현실 세계에서 그런 예외는 그렇게 많아 보이지 않습니다.
직접투자와 간접투자를 비교하는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먼저 ‘국도와 고속도로’ 입니다. 국도를 통해 가면 우리는 비싼 ‘통행료’를 물지 않습니다. 그러나 주행거리가 길어지고 따라서 시간이 더 걸릴 수 있는 단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고속도로를 이용하면 비록 통행료를 물어야 하지만 (정체가 없다는 전제 하에) 주행거리를 단축하고 시간을 절약하는 효과가 생깁니다. 일정한 비용을 부담하더라도 시행착오를 통한 손실(Loss)과 시간비용(Time Cost)을 줄이려는 선택이겠지요.
또 한 가지, ‘맥도날드와 버거킹’의 예를 들어 양자를 비교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맥도날드는 신규점포를 출점할 때 수백만 달러의 리서치 비용을 들여 입지조사를 하고 출점을 진행하는 데 반해, 버거킹은 점포개발팀이 있긴 하지만 맥도날드가 신규로 출점하는 그 건너편에다 신규점포를 출점한다고 하는군요(믿거나 말거나). 극단적인 비유의 예가 될지 모르겠지만, 직접투자와 간접투자를 비교하는 한 예시로 설명될 수 있다는 겁니다.
이런 방식으로 직접투자와 간접투자가 비교되었고, 이를 통해 간접투자방식을 선택하기로 결정하였다면, 이젠 간접투자방식 내에서 위에 예시된 Fund와 VUL 중 어느 것을 선택할 것이냐의 문제가 남는 거겠지요.
Fund와 VUL을 비교하는 데는 세가지 정도의 관점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됩니다.
첫째는 투자기간, 다시 말해서 목적자금의 소요시점입니다. 목적자금의 소요시점(혹은 사용개시시점)이 5년 전후 즉 중기자금이라면 Fund를 통해 목적자금을 형성하는 것이 상대적으로 적합하다는 생각입니다. 이는 환매의 편의성, 주식시장의 상승하락 주기, 거래에 따른 운용보수 등의 변수를 고려해 볼 때 상대적으로 유리함이 있다는 판단이고, 10년 전후의 장기목적자금(특히 연금)인 경우는 위의 변수를 고려할 때 Fund에 비해 VUL이 상대적으로 유리해 보인다는 겁니다. 투자기간에 따라 이와 같이 투자상품을 선택한다고 했을 경우에 Fund와 VUL이 충돌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 봅니다.
두 번째는 Cost와 편의성의 관점입니다. 투자기간이 중장기에 걸치게 될 경우 투자로 인해 발생할 Cost에 대한 고려도 매우 중요한 변수로 다루어지게 되는 것이 사실입니다. 잘 아시다시피 펀드는 평잔기준으로 비용(수수료)를 떼므로 투자기간이 장기화되면서 평잔이 늘어날수록 수수료부담이 커지는 구조를 지닙니다. 반면 변액상품은 대체로 초기 10년간 집중적으로 펀드 투입 전에 사업비를 떼는 선(先) 수수료 공제방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변액상품의 경우 7년 이전에 계약을 해지할 경우는 ‘미상각사업비(10년간 공제하기로 예정되어 있으나 시점이 도래하지 않아 아직 공제하지 않은 사업비)’를 적립금에서 공제하고 해약환급금을 지급하게 되므로 계약자에게 불리해지는 단점이 있습니다. 5년 이내의 중기목적자금 형성을 위한 투자수단으로 VUL 등의 변액상품을 가입하거나 10년 내외 또는 그 이상의 시점에 필요한 장기목적자금을 펀드로 운용한다는 것은 수수료구조 측면에서 적합치 않다는 결론이 됩니다. 저는 이러한 상황을 ‘Time Mismatching’(기간과 상품의 불일치)이라는 용어로 표현합니다. 그리고 편의성과 관련하여서는 상품변경(환매 또는 펀드변경)의 시점과 새로이 투자할 펀드의 선택, 그리고 환매에 따른 비용 등의 관점에서 검토할 필요가 있으며, 장기투자일 경우는 한 상품 내에서 적은 비용과 간편한 절차(전화나 인터넷, 서면제출 등)를 통해 펀드간 이동이 가능한 엄브렐러 방식의 변액상품이 상대적으로 유리하다는 겁니다.
마지막으로, 목적자금이 은퇴 후 연금소득으로 충당하기 위한 것이라면 종신토록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현금흐름을 제공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평균여명 이상의 삶’. 우리의 은퇴생활비를 계산할 때, 준비된 연금재원(Stock)으로 얼마의 기간을 예상하고 그 돈을 나눠서 매년 지출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중요해 집니다. 이 경우 우리는 ‘평균수명이 얼마나 될까’를 떠올리게 됩니다. 평균수명이 85세일 것으로 예상하고 재원을 나눠 썼는데, 만약 그 이상을 살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요? 은행의 예/적금이나 투신사에 예치된 펀드자산은 정해진 기간으로 나눌 수는 있으되, ‘경험생명표’를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평균수명 이상’의 삶에 대한 대책을 포함한 금융상품은 제공하지 않습니다. 결국 그 ‘평균수명 이상’의 삶에 대해서는 고객이 각자 알아서 할 문제가 되는 것입니다. ‘고갈(Running dry)’의 문제, 생각보다 심각해질 수 있는 것 아닐까요.
보험상품은 기본적으로 장기상품입니다. 장기 재무니즈에 적합하게끔 개발된 상품을 주로 취급하는 금융기관이고, 상품의 내용이나 수수료구조 역시 장기적 관점에 맞춰 설계된 것입니다. 종신보험의 예를 보세요. 20년을 납부하고 인생의 잔여기간(현재나이가 30세이고 평균수명이 80세라고 가정할 경우, 50년)의 보장니즈를 충족시키기 위한 금융수단인 것입니다.
따라서 보험사의 상품은 그것이 보장성 상품이든 투자형 상품이든 기본적으로 장기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하며, 장기적 재무니즈는 보험사의 상품으로 준비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으로 ‘옳은’ 판단이 될 것입니다. 장기니즈를 단기나 중기투자수단에 매칭(matching)시키거나 단기 또는 중기니즈를 장기상품을 통해 해결하려 하는 시도는 올바른 금융판단이 아닐 것임은 자명한 일이라 하겠습니다. 이석훈 CFP(메트라이프생명 월드지점 부지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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